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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시대를 걷다

서양 음악사 ⑧ 후기 낭만주의 시대 (1870~1910년대) 하편 | 작곡가로 읽는 후기 낭만주의 2, 3부

by sorinamu 2026.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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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음악은 오케스트라의 확장과 함께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습니다.
소리는 더욱 두터워졌고, 표현의 범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어졌습니다. 음악은 형식을 유지하는 틀 안에 머무르지 않고, 개인의 감정과 내면의 움직임을 직접 담아내기 시작합니다.

앞선 1부에서는 대규모 교향곡과 관현악을 중심으로, 후기 낭만주의가 어떻게 음향의 규모를 확장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국민악파 작곡가들을 통해 각 나라의 정체성이 음악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도 확인했습니다.

이제 2부와 3부에서는 그 확장된 시대 속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택한 작곡가들을 다루고자 합니다. 한쪽에서는 거대한 음향 뒤편에서 개인의 내면을 응시하는 음악이 나타나고, 다른 한쪽에서는 다시 질서와 구조를 중시하며 균형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드러납니다.

이 두 흐름은 서로 대립하기보다, 후기 낭만주의라는 큰 틀 안에서 공존합니다. 작곡가 개인의 선택을 따라가다 보면, 이 시대가 단순히 “화려한 오케스트라의 시대”가 아니었음을 자연스럽게 확인하게 됩니다.



1. 작곡가 2부 – 마음으로 향한 깊은 음악

후기 낭만주의 시대에는 거대한 교향곡과 오페라가 중심에 있었지만, 그와 나란히 작은 형식의 음악도 조용히 발전합니다. 실내악과 예술가곡은 큰 무대가 아니라 가까운 공간에서 연주되며, 한 사람의 마음에 더 깊이 다가가는 음악이 됩니다. 음악은 밖으로 크게 펼쳐지기보다, 안쪽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방향을 택합니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여전히 장조와 단조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러나 장조는 밝고 단조는 슬프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나뉘지 않습니다. 단조 안에 장조 화음이 섞이고, 장조 안에서도 어두운 화음이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여기에 반음계적인 진행이 더해지면서 조성은 또렷하게 고정되지 않고 여러 색이 겹쳐진 상태를 만듭니다.

이러한 변화는 음악의 표현 방식에도 영향을 줍니다. 화성은 서로 강하게 부딪히기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감정은 크게 폭발하기보다 흐름 속에서 서서히 드러납니다. 그래서 이 시기의 작은 형식들은 극적인 대비보다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방향으로 완성됩니다.


(1) 실내악 – 대립이 아닌 대화의 형식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실내악은 규모는 작지만, 음악적 밀도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현악 사중주나 피아노 삼중주처럼 소수의 악기가 참여하지만, 그 안에서는 매우 정교한 구조와 섬세한 감정 표현이 이루어집니다. 큰 음향 대신, 악기 사이의 관계가 음악의 중심이 됩니다.

형식은 여전히 고전시대의 소나타 형식을 바탕으로 합니다. 제시부와 발전부, 재현부의 구조는 유지되지만, 주제는 보다 유기적으로 변형됩니다. 하나의 선율이 여러 악기를 거치며 조금씩 달라지고, 같은 동기가 다른 조성에서 다시 나타나면서 곡 전체가 하나로 묶입니다.

조성은 중심을 잃지 않지만, 반음계적 진행과 전조가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분위기가 서서히 변합니다. 극적인 충돌보다는 긴 호흡 속에서 감정이 깊어집니다. 실내악은 갈등을 과시하기보다, 서로 듣고 응답하는 과정을 통해 내면의 정서를 드러냅니다.

그래서 후기 낭만주의의 실내악은 거대한 오케스트라와는 다른 방향의 깊이를 보여줍니다. 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선율의 연결과 화성의 흐름 속에서 음악의 의미가 완성됩니다.


🎧 Dvořák – 『Humoresque, Op.101 No.7』 (드보르자크 – 『유모레스크』 Op.101 제7곡)

(바이올린: 정경화 / 피아노: Peter Frankl / YouTube 클래식K 채널 제공)
→ 본래 피아노 소품으로 작곡된 작품으로, G♭장조의 부드러운 색채가 중심이 됩니다. 단순한 A–B–A 구조 안에서 선율의 반복과 화성의 변화가 온화한 서정을 이끕니다.

🎧 Saint-Saëns – 『Le Cygne』 (생상스 – 『백조』)

(첼로: Yo-Yo Ma / 피아노: Kathryn Stott / YouTube Yo-Yo Ma 채널 제공)
→ 『동물의 사육제』 중 한 곡으로, G장조의 안정된 화성 위에 첼로 선율이 길게 이어집니다. 단순한 구조 속에서 고요한 분위기가 유지됩니다.

🎧 Fauré – 『Sicilienne, Op.78』 (포레 – 『시칠리아노』 Op.78)

(첼로: 조윤경 / 피아노: 조영훈 / YouTube CelloDeck 첼로댁 채널 제공)
→ 6/8박자의 시칠리아 리듬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g단조의 음영이 부드럽게 흐릅니다. 절제된 선율이 따뜻하면서도 잔잔한 그리움을 남깁니다.


(2) 예술가곡 – 시를 노래로 읽다

예술가곡은 시에 멜로디를 붙여 만든 노래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가사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시의 분위기와 말투를 그대로 살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노래를 들으면 마치 시 한 편을 소리로 읽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 시기의 가곡에서는 목소리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피아노 반주도 함께 이야기를 만듭니다. 어떤 때는 노래보다 먼저 분위기를 보여주고, 어떤 때는 노래가 끝난 뒤에 감정을 정리해 줍니다. 노래와 피아노가 서로 주고받으며 한 장면을 완성합니다.

조성은 여전히 장조와 단조를 바탕으로 하지만, 한 가지 분위기로만 흐르지 않습니다. 슬픈 노래 안에도 잠시 따뜻한 화음이 지나가고, 밝은 노래 안에도 차분한 색이 스며듭니다. 반음계적 화성이 사용되면서 감정이 한 방향으로 고정되지 않고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래서 후기 낭만주의의 예술가곡은 크게 외치기보다 조용히 말하는 음악에 가깝습니다. 짧은 형식 안에서, 한 사람의 마음을 천천히 보여주는 방식으로 완성됩니다.


🎧 Fauré – 『Après un rêve, Op.7 No.1』 (포레 – 『꿈 이후에』 Op.7 제1곡)

(소프라노: Sabine Devieilhe / 피아노: Alexandre Tharaud / YouTube Warner Classics 채널 제공)
→ E♭단조의 어두운 색채가 중심이 되며, 반음계적 화성이 꿈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게 만듭니다. 선율은 길게 이어지며 그리움의 정서를 차분하게 드러냅니다.

🎧 Hugo Wolf – 『Verborgenheit』 (휴고 볼프 – 『은둔』)

(메조소프라노: Anna Lucia Richter / 피아노: Ammiel Bushakevitz / YouTube Deutsche Grammophon 채널 제공)
→ 비교적 단순한 선율 위에 세밀한 화성 변화가 겹쳐집니다. 조성의 안정과 미묘한 흔들림이 교차하며 내면의 고독을 표현합니다.

🎧 Mahler – 『Des Knaben Wunderhorn: “Wer hat dies Liedlein erdacht?”』 (말러 – 『소년의 이상한 뿔나팔』 중 “누가 이 노래를 지었을까?”)

(소프라노: 임선혜 / 피아노: Helmut Deutsch / YouTube KBS클래식 Classic 채널 제공)
→ 민요적 선율과 단순한 리듬을 바탕으로 하되, 화성의 변형을 통해 순수함과 아이러니가 함께 드러납니다. 밝은 표면 아래에 섬세한 색채 변화가 이어집니다.



(3) 피아노 소품 – 짧은 형식 안에 담긴 내면의 기록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피아노 소품은 화려한 협주곡과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합니다. 규모는 작지만, 한 곡 안에 담긴 감정의 밀도는 오히려 더 깊어집니다. 작곡가들은 짧은 형식 안에서 특정한 분위기나 순간의 정서를 집중적으로 그려냅니다.

형식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그러나 선율과 화성의 사용은 매우 섬세합니다. 조성은 유지되지만, 반음계적 진행과 잦은 전조가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변합니다. 한 주제가 반복될 때마다 화성이 달라지며, 같은 선율도 다른 표정을 갖게 됩니다.

피아노는 혼자서 선율과 반주를 모두 담당하는 악기입니다. 그래서 한 사람의 독백처럼 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한 대비보다는 흐름과 음색의 변화가 중심이 되고, 감정은 한순간에 드러나기보다 점차 깊어집니다.

이러한 피아노 소품은 거대한 서사 대신, 개인의 순간을 기록하는 음악에 가깝습니다. 연주가 끝난 뒤에도 남아 있는 잔잔한 울림이, 이 형식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 Tchaikovsky – 『The Seasons, Op.37b No.6 “June – Barcarolle”』 (차이콥스키 – 『사계』 Op.37b 제6곡 “6월 – 뱃노래”)

(피아노: 임윤찬 / YouTube JTBC Entertainment 채널 제공)
→ g단조로 시작하며 6/8박자의 부드러운 리듬이 물결처럼 이어집니다. 단순한 선율이 반복되며 초여름의 잔잔한 정서를 유지합니다.

🎧 Tchaikovsky – 『The Seasons, Op.37b No.10 “October – Autumn Song”』 (차이콥스키 – 『사계』 Op.37b 제10곡 “10월 – 가을의 노래”)

(피아노: 임윤찬 / YouTube 감정 보고서 채널 제공)
→ d단조의 차분한 색채가 중심이 되며, 반복되는 동기가 고요한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화성은 크게 확장되지 않고, 사색적인 흐름을 유지합니다.

🎧 Saint-Saëns – 『Danse macabre, Op.40 (piano version)』 (생상스 – 『죽음의 무도』 Op.40 피아노 편곡)

(피아노: Vassilis Varvaresos / YouTube Compris Artist Management 채널 제공)
→ g단조를 중심으로 트리톤 음정과 반복 리듬이 독특한 긴장을 만듭니다. 어두운 색채 속에서도 구조는 분명하게 유지됩니다.

🎧 Grieg – 『Wedding Day at Troldhaugen, Op.65 No.6』 (그리그 – 『트롤드하우겐의 결혼식 날』 Op.65 제6곡)

(피아노: Nikolai Lugansky / YouTube Enchanted Wanderer 채널 제공)
→ D장조의 밝은 화성이 축제적 분위기를 이끌고, 중간부에서는 서정적인 대비가 나타납니다. 명확한 3부 형식 안에서 기쁨과 회상이 균형을 이룹니다.




 

2. 내면을 향한 음악의 대표 작곡가와 작품 감상

🟣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é, 1845~1924)

“격정보다 여운을 선택한 프랑스 낭만주의의 연결자”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é, 1845~1924)

 

국적: 프랑스

활동: 작곡가, 오르가니스트, 파리 음악원장

주요 장르: 예술가곡, 실내악, 종교음악, 피아노 소품

특징: 부드러운 화성, 반음계적 색채, 절제된 감정 표현, 인상주의로 이어지는 과도기적 언어

포레는 프랑스 남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교회 음악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며 실무적인 음악 경험을 쌓았고, 파리에서 카미유 생상스의 지도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작곡가의 길을 걷습니다. 그는 교회와 살롱, 음악원이라는 공간을 오가며 활동했고, 말년에는 파리 음악원 원장으로 재직하며 프랑스 음악계에 큰 영향을 남겼습니다.

그의 음악은 격렬하게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스며드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조성은 유지되지만, 반음계적 화성과 부드러운 전조를 통해 색채가 서서히 변합니다. 장조와 단조의 대비를 극적으로 사용하기보다, 그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를 탐색합니다. 이러한 화성 언어는 후기 낭만주의에서 인상주의로 이어지는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됩니다.

포레의 작품 세계는 특히 예술가곡 실내악에서 두드러집니다. 시의 분위기를 섬세하게 반영한 가곡, 균형 잡힌 구조 속에서 깊이를 만들어내는 실내악, 그리고 위로와 평화를 중심에 둔 종교음악은 모두 그의 절제된 미학을 보여줍니다. 그는 극적인 절규 대신 고요한 위안을 택했고, 그 선택은 오늘날까지도 프랑스 음악의 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Fauré – 『Clair de lune, Op.46 No.2』 (포레 – 『달빛』 Op.46 제2곡)

(소프라노: 박혜상 / 피아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 YouTube crediatv 채널 제공)
→ 폴 베를렌의 시를 바탕으로 한 가곡입니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화성과 유연한 선율이 달빛 아래의 흐릿한 분위기를 차분하게 그려냅니다.

 

 



🟣 휴고 볼프(Hugo Wolf, 1860~1903)

“시의 언어를 음악으로 옮긴 가곡의 혁신가”

휴고 볼프 (Hugo Wolf, 1860~1903)

 

국적: 오스트리아
활동: 작곡가, 음악 평론가
주요 장르: 예술가곡, 소규모 관현악 작품
특징: 시의 의미를 세밀하게 반영하는 작곡법, 반음계적 화성, 극적인 언어 표현

휴고 볼프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빈을 중심으로 활동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슈베르트의 가곡에 큰 영향을 받았고, 문학과 음악을 함께 탐구하며 시와 음악의 관계에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는 한동안 음악 평론가로도 활동하며 당시의 음악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았고, 이러한 태도는 자신의 작품에도 분명히 드러납니다.

볼프의 작품 세계는 무엇보다 예술가곡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는 시의 분위기와 단어의 의미를 세밀하게 살피며, 각 문장에 어울리는 화성과 리듬을 선택했습니다. 같은 조성 안에서도 반음계적 화성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감정을 미묘하게 변화시켰고, 피아노 반주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노래와 동등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의 가곡에서는 감정이 과장되기보다 언어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한 단어가 바뀌면 화성도 달라지고, 분위기가 달라지면 조성도 유연하게 움직입니다. 짧은 생애였지만, 볼프는 예술가곡을 단순한 노래 형식이 아니라 시와 음악이 완전히 결합된 장르로 확장시킨 작곡가로 남았습니다.


🎧 Wolf – 『Auch kleine Dinge』 (볼프 – 『작은 것들도 아름답다』)

(소프라노: Miriam Kutrowatz / 피아노: Eduard Kutrowatz / YouTube Miriam Kutrowatz 채널 제공)
→ 이탈리아 시집에 실린 짧은 시에 곡을 붙인 작품입니다. 단순한 형식 안에서 화성이 조금씩 달라지며, 작은 것 속에 담긴 의미를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2. 작곡가 3부 – 절제와 구조로 돌아가다

후기 낭만주의의 마지막 시기에는 또 다른 흐름이 나타납니다.

감정을 크게 확장하던 경향 속에서, 일부 작곡가들은 다시 형식과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합니다. 음악은 여전히 낭만적인 색채를 지니지만, 구조를 분명히 세우고 질서를 유지하려는 태도가 두드러집니다.

이 흐름에서는 조성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반음계적 화성이 사용되더라도 중심을 완전히 흐트러뜨리지는 않습니다. 주제는 처음과 끝에서 다시 등장하며 곡 전체를 묶고, 악장 사이의 연결도 계획적으로 구성됩니다. 감정은 자유롭게 흘러가되, 틀 안에서 정돈됩니다.

이러한 경향은 고전시대의 형식을 단순히 되돌리는 것이 아닙니다. 후기 낭만주의가 확장해 놓은 화성과 음향 위에서, 다시 한 번 균형을 모색하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의 작품들은 규모는 크더라도, 내부 구조는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작곡가 3부에서 다루는 인물들은 격정과 과장 대신 절제와 조화를 선택합니다. 그들의 음악은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일정한 틀 속에서 차분하게 다루는 방식으로 완성됩니다.


(1) 절제된 신앙의 음악 – 질서 속의 아름다움

후기 낭만주의 후반의 종교음악은 이전 시대의 장엄함과는 다른 방향을 보여줍니다.
대규모 합창과 강한 극적 대비를 통해 신의 위엄을 드러내기보다, 차분한 구조와 균형 속에서 신앙의 정서를 표현합니다. 음악은 외적으로 웅장하기보다, 내적으로 정돈된 울림을 지향합니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복잡한 대위법이나 과장된 표현을 앞세우지 않습니다. 대신 단순하고 안정된 화성 위에 부드러운 선율을 얹어,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듭니다. 조성은 비교적 명확하게 유지되며, 반음계적 색채가 사용되더라도 전체 구조를 흔들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절제됩니다.

가브리엘 포레와 카미유 생상스의 종교음악은 이러한 경향을 대표합니다. 그들의 작품에서는 두려움이나 심판의 이미지보다 위로와 평화의 분위기가 중심이 됩니다. 격정적인 절규 대신, 균형 잡힌 화성과 고요한 선율을 통해 신앙을 조용히 사유하는 태도가 드러납니다.

 

 

 

 

 


2. 질서와 균형을 추구한 작곡가와 작품 감상

🟣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Saëns, 1835~1921)

“형식과 균형을 끝까지 지켜낸 프랑스 낭만주의의 고전적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 (Camille Saint-Saëns, 1835~1921)


국적: 프랑스
활동: 작곡가, 피아니스트, 오르가니스트, 지휘자
주요 장르: 교향곡, 협주곡, 오페라, 실내악, 종교음악
특징: 명확한 구조, 절제된 감정 표현, 투명한 관현악, 고전적 형식 존중

생상스는 파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였습니다. 다섯 살에 작곡을 시작했고, 열 살에는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할 정도로 조숙한 음악가였습니다. 그는 파리 음악원에서 수학한 뒤 오르가니스트와 피아니스트로 활발히 활동하며 프랑스 음악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19세기 후반, 음악이 점점 더 감정적으로 확장되고 관현악 규모가 커지는 흐름 속에서도 그는 형식의 질서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고전시대에서 이어진 소나타 형식과 명확한 주제 전개 방식을 유지하면서, 낭만주의적 화성과 색채를 균형 있게 결합했습니다. 조성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반음계적 화성도 전체 구조를 흔들지 않는 범위 안에서 사용됩니다.

그의 작품에서는 감정이 격렬하게 분출되기보다 정돈된 흐름 속에서 드러납니다. 교향곡과 협주곡에서는 명확한 주제와 투명한 관현악법이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실내악과 종교음악에서도 절제된 선율과 균형 잡힌 화성이 중심을 이룹니다. 생상스는 후기 낭만주의 시대 한가운데에서, 감정의 과장 대신 구조와 조화를 통해 음악적 완성도를 추구한 작곡가로 남습니다.


🎧 Saint-Saëns – 『Symphony No.3 in C minor, Op.78 “Organ”: II. Poco adagio』 (생상스 – 『교향곡 제3번 다단조 Op.78 “오르간”』 2악장)

(오르간: Olivier Latry / Orchestre de Paris / YouTube Radio France 채널 제공)
→ 1886년에 완성된 작품으로, 2악장은 D♭장조의 온화한 색채가 중심이 됩니다. 오르간과 현악이 부드럽게 겹치며, 극적인 대비보다 평화로운 균형과 안정감을 보여줍니다.

🎧 Saint-Saëns – 『Clarinet Sonata in E-flat major, Op.167: I. Allegretto』 (생상스 – 『클라리넷 소나타 내림마장조 Op.167』 1악장)

(클라리넷: 이서영 / 피아노: Lars Vogt / YouTube 정마에 Zeong 채널 제공)
→ 1921년, 생애 말기에 작곡된 실내악 작품입니다. 전통적인 소나타 형식을 유지하며, 화려함보다는 선율의 균형과 절제된 흐름을 중심에 둡니다.




 

🟣 세자르 프랑크(César Franck, 1822~1890)

“순환 형식으로 질서를 세운 후기 낭만주의의 건축가”

세자르 프랑크 (César Franck, 1822~1890)

 

국적: 벨기에 출생, 프랑스 활동
활동: 작곡가, 오르가니스트, 파리 음악원 교수
주요 장르: 교향곡, 실내악, 오르간 음악, 종교음악
특징: 순환 형식(cyclic form), 두터운 화성, 엄격한 구조, 내면적 신앙성

프랑크는 벨기에 리에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했습니다. 이후 파리로 이주해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며 명성을 얻었고, 생클로틸드 성당의 오르간 연주자로 오랫동안 재직했습니다. 말년에는 파리 음악원 교수로 활동하며 프랑스 음악계에 중요한 영향을 남깁니다.

그의 작품 세계는 격렬한 감정 표현보다 구조적 통일성을 중시합니다. 특히 한 악장에서 제시된 주제가 다른 악장에서도 다시 등장하는 순환 형식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작품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구조로 묶었습니다. 조성은 비교적 명확하게 유지되지만, 두터운 화성과 반음계적 진행을 통해 깊이 있는 음향을 만듭니다.

프랑크의 음악은 종교적 분위기와 내면적 성찰이 함께 드러납니다. 오르간 음악과 교향곡실내악 작품에서 모두 긴 호흡과 안정된 구조가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는 후기 낭만주의의 확장된 화성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질서와 통일성을 끝까지 유지한 작곡가로 평가됩니다.


🎧 Franck – 『Symphony in D minor: II. Allegretto』 (프랑크 – 『교향곡 라단조』 2악장)

(지휘: Marc Minkowski / Frankfurt Radio Symphony / YouTube hr-Sinfonieorchester 채널 제공)
→ 1888년에 완성된 프랑크의 유일한 교향곡으로, 전체 조성은 d단조입니다. 2악장은 변형된 소나타 형식 안에서 주제가 반복되며 발전하는 구조를 보이며, 순환 형식의 특징이 드러납니다. 엄숙하기보다 차분하고 단정한 분위기가 중심을 이룹니다.

🎧 Franck – 『Violin Sonata in A major: IV. Allegretto poco mosso』 (프랑크 –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4악장)

(바이올린: Sophie Rosa / 피아노: Sholto Kynoch / YouTube Sophie Rosa 채널 제공)
→ 1886년, 제자의 결혼을 기념해 작곡된 작품으로 A장조의 따뜻한 색채가 중심입니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이전 악장의 주제가 다시 등장하며 곡 전체를 묶는 순환 형식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밝고 안정된 흐름 속에서 구조적 통일성이 강조됩니다.



 

 

🟣 에드워드 엘가(Edward Elgar, 1857~1934)

“품격과 절제 속에서 감정을 다룬 영국 낭만주의의 중심 인물”

에드워드 엘가 (Edward Elgar, 1857~1934)

 

국적: 영국
활동: 작곡가, 지휘자, 바이올린 교사
주요 장르: 관현악곡, 협주곡, 실내악, 합창음악
특징: 명확한 구조, 고전적 균형, 따뜻한 서정성, 영국적 색채

엘가는 영국 우스터셔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정규 음악 교육을 길게 받지 않았지만, 스스로 악보를 연구하며 작곡을 익혔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바이올린을 가르치며 생계를 이어갔고, 지역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러한 배경은 그의 음악에 실용적 감각과 안정된 구조 의식을 남겼습니다.

그는 후기 낭만주의 시대에 활동했지만, 과장된 감정 표현보다는 절제된 균형을 선택했습니다. 조성은 비교적 분명하게 유지되며, 화성은 지나치게 확장되지 않습니다. 대신 선율의 흐름과 구조적 통일성을 통해 감정을 표현합니다. 반음계적 요소가 사용되더라도 전체 조성을 흐트러뜨리기보다는 색채를 보완하는 역할에 머뭅니다.

엘가의 작품에서는 품격 있는 서정성이 중심을 이룹니다. 관현악 작품에서는 명확한 주제 전개가 드러나고, 실내악과 현악 작품에서는 따뜻한 음색과 안정된 흐름이 강조됩니다. 그는 후기 낭만주의가 확장해 놓은 화성 언어를 수용하면서도, 질서와 균형을 유지한 영국 낭만주의의 대표 작곡가로 자리합니다.


🎧 Elgar – 『Serenade for Strings, Op.20: II. Larghetto』 (엘가 – 『현을 위한 세레나데』 2악장)

(연주: 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 / YouTube 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 채널 제공)
→ 1892년에 완성된 작품으로, 전체 조성은 e단조입니다. 2악장은 느린 호흡 속에서 선율이 반복되며, 강한 대비 없이 차분하게 전개됩니다. 절제된 화성과 안정된 구조가 엘가 특유의 품격 있는 서정성을 보여줍니다.

🎧 Elgar – 『Salut d’amour, Op.12』 (엘가 – 『사랑의 인사』)

(바이올린: 장영주 / 피아노: Andrew von Oeyen / YouTube mypalm99 채널 제공)
→ 1888년, 약혼자였던 앨리스에게 헌정한 작품으로 E장조의 밝은 색채가 중심입니다. 단순한 3부 형식 안에서 부드러운 선율이 반복되며, 과장 없이 따뜻한 감정을 전합니다.

 

 

 

 

 

맺음말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후반부 작곡가들은 음악의 규모를 더 키우기보다, 표현의 깊이와 형식의 완성도를 다듬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포레와 볼프는 예술가곡을 통해 개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드러냈고, 작은 형식 안에서도 풍부한 화성과 색채를 만들어 냈습니다.

한편 생상스, 프랑크, 엘가는 확장된 낭만주의 화성 위에서 다시 질서와 균형을 정리했습니다. 조성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주제는 작품 전체를 묶는 역할을 합니다. 감정은 과장되기보다 구조 안에서 정돈되어 드러납니다.

이처럼 후기 낭만주의는 단순히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시대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한쪽에서는 내면을 향한 음악이 깊어졌고, 다른 한쪽에서는 형식을 통해 균형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두 흐름은 함께 공존하며, 낭만주의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세기의 음악으로 이어지는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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