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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시대를 걷다

서양 음악사 ⑥ 전기 낭만주의 시대 (1820~1850년대) | 감정과 개성이 확장된 음악의 시대

by sorinamu 2025.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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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낭만주의는 고전주의가 다듬어 놓은 질서와 형식 위에서, 개인의 감정과 상상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산업혁명으로 도시의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음악의 무대는 궁정과 교회를 벗어나 공개 연주회와 가정, 살롱으로 넓어졌습니다. 인쇄와 유통의 발달로 악보가 손쉽게 퍼지자 작곡가들은 더 많은 청중을 만났고, 문학과 미술의 낭만주의 흐름은 음악에도 시적인 정서와 개인적인 표현을 불어넣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예술가곡과 피아노 소품이 중심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시를 바탕으로 한 노래는 감정의 미세한 결을 담았고, 피아노는 단순한 반주가 아니라 감정을 함께 나누는 또 하나의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한편 오케스트라는 악기의 음역과 색채를 넓혀갔고(목관의 상·하한 확장, 금관의 밸브 실용화), 피아노와 하프 같은 건반·현악기는 제작 기술의 발전으로 표현의 폭이 한층 넓어졌습니다.

이 시기의 음악은 무엇보다도 작곡가의 마음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베토벤의 후기 작품이 보여준 강렬한 표현력은 다음 세대의 출발점이 되었고, 슈베르트·멘델스존·쇼팽·슈만 등은 각자의 언어로 인간의 내면을 그려내며 낭만주의의 새로운 흐름을 열었습니다.




1. 낭만주의의 사상과 사회적 배경

(1) 산업혁명과 시민 계층의 성장

19세기 초 유럽은 산업혁명으로 사회 전반이 빠르게 변했습니다. 기계화와 도시화가 확산되면서 새로운 중산층 시민 계층이 등장했고, 그들은 점차 문화와 예술의 중심 소비층이 되었습니다. 음악은 더 이상 귀족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들이 스스로 향유하고 참여하는 예술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 변화는 예술이 개인의 감정과 경험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2) 인쇄·출판 기술의 발전과 악보의 대중화

같은 시기, 인쇄 기술의 발달은 음악의 보급 방식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악보가 대량으로 출판되자 작곡가들은 작품을 널리 알리고 수입을 얻을 수 있었으며, 청중은 손쉽게 악보를 구입해 가정에서 직접 연주를 즐겼습니다. 악보의 확산은 음악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며, 작곡가와 청중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했습니다.

(3) 살롱 문화와 연주 형태의 변화

이 시기에는 대규모 공연장뿐 아니라 가정과 살롱에서의 연주가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살롱은 문학, 미술, 음악이 어우러지는 사교의 장이자 예술가와 청중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새로운 무대였습니다. 이러한 공간에서는 대규모 교향곡보다 소규모의 섬세한 작품이 선호되었고, 그 결과 예술가곡과 피아노 소품 같은 장르가 낭만주의의 정서를 담아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2. 낭만주의 음악의 어법

베토벤의 후기 작품은 고전주의가 세워 온 형식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그 내부에서 감정의 폭발을 시도했습니다. 그의 뒤를 이은 작곡가들은 이 시도의 의미를 더 밀어붙였습니다. 그들에게 음악은 더 이상 이성적 구조가 아니라, ‘사람이 느낀 것을 그대로 옮기는 언어’였습니다.

(1) 조성과 화성 – 기능적 연결에서 표현 중심으로

고전주의의 화성은 조성을 분명히 유지하며, 으뜸화음과 딸림화음의 관계를 중심으로 움직였습니다. 한 곡 안에서 조성이 명확히 잡히고, 화음이 그 중심으로 돌아오며 안정감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이 질서에서 벗어나, 화음을 감정의 색이나 분위기에 따라 선택했습니다. 슈베르트장조와 단조를 자유롭게 오가며 정서의 변화를 표현했습니다. 그의 가곡『보리수』에서 따뜻하게 흐르던 장조가 “찬 바람이 불어왔다”는 순간 단조로 바뀌며, 노래의 온도가 달라지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쇼팽은 불협화음을 해소하지 않고 잠시 머물게 하여, 그 긴장을 음악의 일부로 남겼습니다. 이렇게 낭만주의의 화성은 조성을 유지하기보다 감정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2) 선율과 리듬 – 고정된 박자에서 해석의 시간으로

고전주의의 선율은 명확한 박자 안에서 대칭적으로 구성되어, 질서와 균형을 중시했습니다. 그러나 낭만주의로 오면서 음악은 연주자의 감정과 호흡에 따라 훨씬 유연해졌습니다. 작곡가들은 박자를 엄격히 지키기보다, 순간의 느낌에 맞게 시간의 길이를 늘이거나 줄이며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루바토(rubato) 라 불리며, 낭만주의 음악의 중요한 특징이 되었습니다.

쇼팽의 『녹턴 2번(Op.9 No.2)』은 이런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왼손은 일정한 리듬으로 곡의 흐름을 지탱하지만, 오른손 선율은 그 위를 자유롭게 떠다니며 숨을 고르듯 움직입니다. 박자보다 마음의 속도에 따라 흐르는 이 리듬은, 연주자가 곡과 함께 호흡하게 만드는 낭만주의의 새로운 시간 감각을 들려줍니다.

 

🎵 Chopin – 『Nocturne in E-flat major, Op.9 No.2』 (쇼팽 – 녹턴 E♭장조)

(피아노: 조성진 / 유튜브 Deutsche Grammophon - DG 채널 제공)
→ 달빛처럼 고요한 선율이 피아노 위에 흐릅니다.

 

 

슈만의 『어린이 정경』에서도 각 곡의 템포는 일정하지만, 선율은 문장처럼 숨을 고르며 이어집니다. 악보에 적힌 시간보다 연주자의 해석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 Schumann – 『Kinderszenen, Op.15 No.7 “Träumerei”』 (슈만 – 『어린이 정경』 중 ‘트로이메라이’)

(피아노: 임윤찬 / YouTube GS칼텍스 예울마루 채널 제공)
→ 어린 시절의 순수한 꿈을 떠올리게 하는 곡입니다.

(3) 형식과 구조 – 감정의 전개로 다시 짜인 틀

고전주의의 형식은 주제를 제시하고, 대조한 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마무리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낭만주의로 오면 이런 균형보다는 감정이 이끄는 방향으로 음악이 흘러갑니다.

멘델스존의 『무언가곡』은 짧은 선율이 말 대신 감정을 전합니다. 노래의 구절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만, 정해진 형식보다는 그때그때의 분위기로 곡이 완성됩니다.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은 변주곡이지만, 각 변주가 같은 주제를 논리적으로 발전시키는 대신 서로 다른 성격과 정서를 보여줍니다. 듣는 이는 논리보다 감정의 변화로 곡의 흐름을 느끼게 됩니다. 
쇼팽의 『발라드 1번(Op.23)』은 그 변화가 가장 뚜렷한 예입니다. 전통적인 소나타 구조를 따르지 않지만, 선율이 마치 이야기를 풀어가듯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조용히 시작한 주제가 점점 격해지고, 새로운 선율과 대비되며 긴장을 쌓아가다가, 마침내 모든 정서가 한순간에 터져 나옵니다. 논리적인 형식보다 감정의 흐름이 곡의 구조를 결정한 것입니다.

이 시기의 작곡가들에게 형식은 완성된 틀이 아니라, 감정이 지나가며 스스로 형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3. 주요 음악 장르

(1) 예술가곡 – 시와 음악의 결합

전기 낭만주의의 중심에는 예술가곡(Lied)이 있었습니다.
이 시기의 작곡가들은 시의 언어와 감정을 음악으로 옮기려 했고, 그 결과 성악곡은 단순한 노래를 넘어 하나의 예술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슈베르트이 장르를 완성한 인물입니다. 그는 괴테, 뮐러 등 시인의 작품을 음악으로 옮기며, 시의 구조와 언어 리듬에 따라 선율과 반주를 정교하게 조율했습니다. 대표적인 연가곡집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D.795)와 『겨울 나그네』(D.911)는 한 인물의 심리와 여정을 음악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낭만주의적 감정 표현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 Schubert – 『Winterreise, D.911: No.5 “Der Lindenbaum”』 (겨울 나그네 – 제5곡 ‘보리수’)

(테너: Ian Bostridge / 피아노: Ralf Gothoni / YouTube 한경artetv 채널 제공)
길가의 오래된 보리수를 바라보며 지난 추억과 따뜻한 안식을 떠올리지만, 결국 떠나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노래입니다. 단조와 장조가 교차하며 내면의 그리움과 고독을 섬세하게 표현한, 낭만주의 예술가곡의 정점입니다.


슈만은 슈베르트의 전통을 이어받아, 시의 정서를 더욱 내면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시인의 사랑』(Op.48)과 『여인의 사랑과 생애』(Op.42)는 음악과 시가 긴밀하게 맞물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피아노와 성악이 함께 그려냅니다.
이 시기의 예술가곡은 문학과 음악의 결합을 통해 낭만주의 정신을 가장 순수하게 드러낸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 Schumann – 『Dichterliebe, Op.48 “Im wunderschönen Monat Mai”』 (슈만 – 『시인의 사랑』 “아름다운 5월에”)

(테너: James Benjamin Rodgers / 피아노: Jillian Zack / YouTube SongsofContrast 채널 제공)
→ 봄의 설렘이 짧은 노래 속에 잔잔히 담겨 있습니다.

 

(2) 피아노 곡 – 기교와 감정이 만난 작은 세계

전기 낭만주의 시대의 피아노는 단순한 반주 악기를 넘어, 음악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철제 프레임과 더블 액션 페달의 도입으로 음량과 표현력이 크게 넓어지면서, 작곡가들은 피아노 한 대로도 오케스트라에 버금가는 색채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 시대의 피아노 곡은 길거나 복잡한 구조 대신, 짧은 형식 안에 한순간의 감정을 담는 데 집중했습니다. ‘소품’이라는 이름처럼 규모는 작지만, 그 안에서 표현의 폭은 이전 시대보다 훨씬 넓어졌습니다.

쇼팽은 이러한 변화를 대표하는 작곡가였습니다. 그는 모든 곡을 피아노로 썼고, 악기의 가능성을 극한까지 확장했습니다. 『에튀드(Op.10, Op.25)』는 단순한 연습곡이 아니라, 기교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 작품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혁명 에튀드(Op.10 No.12)』에서는 격렬한 왼손의 움직임 속에 절망과 투쟁의 정서가 함께 느껴집니다.

 

🎵 Chopin – 『Étude in C minor, Op.10 No.12 “Revolutionary”』 (쇼팽 – 에튀드 ‘혁명’)

(피아노: 조성진 / YouTube Deutsche Grammophon - DG 채널 제공)
→ 왼손의 폭풍 같은 흐름 속에서, 피아노가 단순한 연습 도구가 아닌 감정의 언어로 변모하는 순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슈만 역시 『어린이 정경(Op.15)』이나 『환상소곡집(Op.12)』을 통해, 피아노 속에 담긴 감정의 미세한 변화를 그려냈습니다. 화려함보다는 내면의 세계를 탐구하는 방식으로, 낭만주의의 ‘성격소품(Character Piece)’ 전통을 정착시켰습니다.

 

(3) 교향곡과 협주곡 – 풍경과 감정을 담은 오케스트라

낭만주의의 교향곡은 고전주의의 틀을 이어받았지만, 그 안에 개인의 감정과 자연의 이미지를 담아냈습니다. 음악은 추상적인 구조가 아니라, 마음속 장면과 감정을 그려내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미완성”』은 이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단 두 악장만 완성되었지만, 서정적이고 따뜻한 선율이 곡 전체를 감싸며 완결된 느낌을 줍니다. 전통적인 발전보다 정서의 흐름이 중심이 된 작품입니다.
멘델스존의 『이탈리아 교향곡』은 여행지의 인상을 음악으로 옮겼습니다. 이탈리아의 밝은 햇살과 활기찬 리듬이 교향곡의 각 악장에 생생히 담겨 있습니다. 그의 음악은 자연을 묘사하기보다, 여행자가 느낀 감정을 오케스트라로 표현한 것입니다.

🎵 Schubert – 『Symphony No.8 in B minor “Unfinished”』 (슈베르트 – 교향곡 8번 ‘미완성’)

(지휘: Iván Fischer / 연주: Budapest Festival Orchestra / YouTube DW Classical Music 채널 제공)
→ 두 악장만 남았지만, 선율은 완성된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흐릅니다. 부드럽고 깊은 음색 속에 슈베르트 특유의 따뜻함과 고요한 슬픔이 담겨 있습니다.

협주곡에서도 낭만주의의 정서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화려한 기교보다 피아노의 서정적인 목소리를 강조했습니다. 독주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대립하기보다 서로의 감정을 주고받는 대화처럼 들립니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역시 서정성과 형식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낭만주의 협주곡의 대표로 꼽힙니다.

🎵 Mendelssohn – 『Violin Concerto in E minor, Op.64』 (멘델스존 –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바이올린: Itzhak Perlman / 지휘: David Zinman / 연주: New York Philharmonic / YouTube Passion For Violin 채널 제공)
→ 첫 소절부터 마음을 사로잡는 선율이 흘러나옵니다.



3. 전기 낭만주의 시대의 주요 악기 - 감정의 음색이 넓어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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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관악기군
 피콜로 (Piccolo) – 1878~1880년경 독일(Germany)에서 제작, J. 하워드 푸트 컴퍼니(J. Howard Foote Company) 판매.
스미소니언 국립 미국역사박물관(Smithsonian 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소장 (Object No. MI.055631)
하나의 키(Key)를 가진 초기 형태.
잉글리시 호른 (English Horn) – 1832년 이탈리아 베네치아(Venice, Italy)에서 안드레아 포르나리(Andrea Fornari)가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소장 (Object No. 89.4.889)
그 당시 악기 구조는 지금보다 간단한 키(Key) 시스템을 사용함.
베이스 클라리넷 (Bass Clarinet) – 19세기 중엽 이탈리아(Italy)에서 지아친토 리바(Giacinto Riva)가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소장 (Object No. 89.4.3124)
나무 몸체에 금속 관이 붙은 구조. 그 당시 악기 구조는 지금보다 간단한 키(Key) 시스템을 사용함.
콘트라바순 (Contrabassoon) – 1825~1833년경 독일(Germany)에서 요한 토비아스 울만(Johann Tobias Ullmann)이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소장 (Object No. 89.4.1736)
나무 재질이고 관이 접힌 독특한 형태로, 지금 악기의 원형 중 하나로 여겨짐.

🎺 금관악기군
밸브 트럼펫 (Valve Trumpet) – 1845년경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Boston, United States)에서 엘브리지 G. 라이트(Elbridge G. Wright)가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소장 (Object No. 2002.388a–j)
밸브 호른 (Valve Horn, Cor solo) – 1850~1855년경 프랑스 파리(Paris, France)에서 장 루이 앙투안(Jean Louis Antoine)이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소장 (Object No. 1999.304a–h)
오피클레이드 (Ophicleide) – 1835~1840년경 프랑스(France)에서 제작. 미국 사우스다코타대학교의 국립악기박물관(National Music Museum, University of South Dakota) 소장 (Object No. 02414)
코넷 (Cornet à Pistons in B-flat) – 1833년 프랑스 파리(Paris, France)에서 꾸르투아 형제(Courtois frères)가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소장 (Object No. 2002.190a–n)

🎹 피아노와 하프
그랜드 피아노 (Grand Pianoforte) – 1840년경 영국 런던(London, England)에서 세바스티앵 에라르(Sébastien Érard)가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소장 (Object No. 59.76)
하프 (Double-action Pedal Harp) – 1831년 영국 런던(London, England)에서 세바스티앵 에라르(Sébastien Érard)가 제작. 미국 사우스다코타대학교의 국립악기박물관(National Music Museum, University of South Dakota) 소장 (Object No. 01218)

 

 

(1) 현악기군 – 구조의 개선과 표현력의 확장

전기 낭만주의 시대의 현악기군은 새로운 악기가 추가된 것은 아니었지만, 구조와 재료의 발전으로 음량과 표현력이 한층 강화되었습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은 예전의 양털이나 거트(동물의 창자) 대신 강철로 만들어지면서 훨씬 단단해졌습니다. 줄의 장력이 높아져 소리가 멀리 퍼질 만큼 힘차고, 음색도 또렷하고 밝게 변했습니다. 이런 변화 덕분에 오케스트라 전체의 소리도 한층 풍부하고 강렬해졌습니다.

 

또한 프랑수아 투르테(François Tourte)가 완성한 투르테식 활(Tourte bow)이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연주자가 세밀하게 강약을 조절하고 긴 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활은 활대가 안쪽으로 오목하게 휘어져 일정한 압력을 유지하고, 나사로 털의 장력을 조절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었습니다. 이 덕분에 연주자는 보다 폭넓은 다이내믹과 섬세한 음색 변화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2) 목관악기군 – 소리의 깊이와 색채가 확장되다

전기 낭만주의 시대의 목관악기는 고전주의의 4중 구성(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을 바탕으로, 새로운 악기의 추가를 통해 음역과 음색이 한층 풍부해졌습니다. 이 시기에 피콜로, 잉글리시 호른, 베이스 클라리넷, 콘트라바순이 오케스트라에 편입되며, 고음과 저음의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전기낭만주의 시대 목관악기 확장군 - 피콜로(Piccolo), 잉글리시 호른(English Horn), 베이스 클라리넷(Bass Clarinet), 콘트라바순(Contrabassoon)


피콜로(Piccolo)플루트보다 한 옥타브 높은 음을 내며, 밝고 투명한 음색으로 오케스트라의 가장 높은 음역을 담당했습니다.
잉글리시 호른(English Horn)오보에보다 완전 5도 낮은 음역을 담당하며, 따뜻하고 서정적인 선율을 표현했습니다.
베이스 클라리넷(Bass Clarinet)클라리넷보다 한 옥타브 낮은 저음을 내어 어둡고 웅장한 울림을 더했고,
콘트라바순(Contrabassoon)바순보다 한 옥타브 더 낮은 음역으로 목관군의 가장 깊은 저음을 맡았습니다.

이 네 악기의 등장은 단순한 음역 확장을 넘어, 오케스트라의 색채를 다채롭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작곡가들은 이제 목관악기를 단순한 보조가 아니라, 감정의 흐름을 이끄는 주역으로 활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잉글리시 호른은 종종 그리움이나 회상의 정서를 표현하는 데 쓰였고, 베이스 클라리넷은 불안하거나 음울한 장면을 강조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이처럼 전기 낭만주의의 목관악기들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음색으로, 음악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이끌었습니다.

🎵 Dvořák – 『Symphony No.9 in E minor “From the New World” (드보르자크 -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지휘: 임헌정 / 연주: 코리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 YouTube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채널 제공)
→ 2악장의 잉글리시 호른은 고향을 떠난 이의 마음처럼 따뜻하면서도 애잔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 Berlioz – 『Symphonie fantastique, Op.14 “Songe d’une nuit du sabbat”』 (베를리오즈 – 『환상 교향곡』 “마녀들의 축제일 밤의 꿈”)

(지휘: 임헌정 / 연주: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YouTube 예술의전당 Concert 채널 제공)
→ 베이스 클라리넷이 어둡고 거친 울림으로 광기의 장면을 그립니다. 음색의 극적인 변화가 낭만주의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세계를 열었어요.

 

(3) 금관악기군 – 밸브의 발명, 표현의 문이 열리다

전기 낭만주의 시대의 금관악기는 밸브의 발명으로 완전히 새로운 악기군이 되었습니다.
트럼펫과 호른은 이제 반음계 전음을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이전보다 훨씬 부드럽고 다채로운 선율 표현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음악이 ‘인간의 감정’을 더 깊이 표현할 수 있게 된 계기였습니다.

전기낭만주의 시대 금관악기군 - 밸브 트럼펫(Trumpet), 밸브 호른(Horn), 트럼본(Trumbone), 오피클레이드(Ophicleide)


호른은 자연의 울림과 인간의 회상을 함께 담은 악기로 발전했고, 트럼펫은 전쟁의 함성에서 기쁨의 찬가까지 폭넓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편 세르펜트를 잇는 오피클레이드(Ophicleide) 는 저음 금관의 새로운 시도로 등장했습니다. 금속관에 커다란 키(key)를 달아 음을 바꾸는 방식으로, 이전의 세르펜트보다 훨씬 단단하고 명료한 울림을 냈습니다. 그 덕분에 오케스트라의 저음이 흐릿한 음향에서 벗어나, 중심이 단단히 잡힌 풍부한 사운드를 만들 수 있었지요.

그러나 밸브의 발명이 확산되면서 더 넓은 음역과 부드러운 연결을 낼 수 있는 튜바(Tuba) 가 등장했고, 오피클레이드는 점차 그 자리를 내주게 되었습니다. 세르펜트의 숨결에서 시작된 이 계보는, 오피클레이드를 거쳐 튜바로 이어지며 낭만주의 오케스트라의 깊고 웅장한 저음 세계를 완성시켰습니다.

 

전기낭만주의 시대의 금관 보조악기 - 코넷(Cornet in B-flat)

 

코넷(Cornet)은 트럼펫보다 짧은 관과 부드러운 음색으로 사랑받으며, 19세기 중반까지 오케스트라와 군악대에서 활발히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멘델스존과 베를리오즈의 작품에서는 코넷이 트럼펫보다 더 서정적인 음색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케스트라의 음량이 커지고 트럼펫의 연주 기술이 발전하면서, 코넷은 점차 그 자리를 내주게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군악대나 취주악에서만 가끔 쓰이며, 낭만주의 초기에만 잠시 빛났던 악기로 남아 있습니다.

 

(4) 타악기군 – 리듬의 틀에서 ‘극적 표현’의 도구로

전기 낭만주의 시대의 타악기는 여전히 팀파니(Timpani)가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박자를 맞추는 역할을 넘어서, 장면의 긴장감과 감정의 고조를 표현하는 악기로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팀파니는 여전히 나사로 조율하는 구조였으나, 이전보다  조율 기술이 정교해지며 음정이 더 명확해졌고, 때로는 선율적 효과까지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심벌즈(Cymbals), 트라이앵글(Triangle), 탐탐(Tam-tam) 같은 금속 타악기가 오케스트라에 새롭게 도입되었습니다.
이 악기들은 리듬보다는 색채를 담당하며, 폭풍이나 전쟁, 환상적인 장면을 묘사하는 데 자주 쓰였습니다.

베를리오즈는 『환상 교향곡』에서 타악기를 이용해 광기의 장면을 묘사했고, 차이콥스키는 『1812년 서곡』에서 종소리와 포성으로 전쟁의 이미지를 재현했습니다. 이처럼 타악기는 감정의 절정을 드러내는 결정적인 악기로 자리 잡았습니다.

전기 낭만주의 시기의 타악기는 아직 규모가 제한적이지만, 중기 낭만주의로 넘어가면 훨씬 다양하고 웅장한 편성이 등장합니다. 그 시기의 타악기군은 다음 글에서 이미지와 함께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5) 피아노와 하프 – 감정의 언어가 된 현의 울림

전기 낭만주의의 건반악기 중 중심은 단연 피아노(Pianoforte)였습니다. 19세기 초, 제작 기술의 발전으로 피아노는 목재 프레임에서 철제 프레임으로 바뀌며 음량과 표현력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현의 장력은 높아지고, 더블 이스케이프먼트(double escapement) 장치가 도입되면서 빠르고 섬세한 연주가 가능해졌습니다. 이 변화 덕분에 피아노는 단순한 반주 악기를 넘어, 작곡가의 생각과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개인적인 악기로 자리 잡았습니다.

전기낭만주의 시대의 그랜드 피아노(Pianoforte)


쇼팽은 피아노로 사랑과 고독, 그리움과 열정을 노래하며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렸고, 슈만은 『어린이 정경(Kinderszenen)』 같은 소품 속에 상상과 기억의 세계를 담았습니다. 작곡가들은 피아노 한 대로 오케스트라의 넓은 음색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 더블 이스케이프먼트란?
초기의 피아노, 특히 모차르트 시대의 포르테피아노는 건반을 한 번 누른 뒤 손을 완전히 떼야만 망치가 제자리로 돌아가 다음 음을 칠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빠른 반복음이나 트릴, 섬세한 아르페지오 같은 연주는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1810년대 초, 프랑스의 악기 제작자 세바스티앵 에라르(Sébastien Érard)는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더블 이스케이프먼트 메커니즘(double escapement mechanism) 을 고안했습니다.

이 장치는 건반을 완전히 들어 올리지 않아도 망치가 현을 치고 잠시 뒤로 물러나 ‘대기 상태’로 머무르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덕분에 손가락이 아주 조금만 움직여도 다음 음이 즉시 연주될 수 있었고, 연주자는 보다 빠르고 연속적인 타건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아노는 훨씬 민감하고 세밀한 표현이 가능한 악기로 발전했으며, 낭만주의 시대의 작곡가들이 추구한 풍부한 감정과 유연한 호흡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피아노와 함께 하프(Harp)도 낭만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습니다. 1810년, 프랑스의 악기 제작자 세바스티앵 에라르(Sébastien Érard)는 더블 액션 페달(Double-action pedal) 시스템을 완성했는데, 이는 페달을 두 번 밟아 반음과 온음을 모두 바꿀 수 있게 해 하프가 어떤 조성에서도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든 혁신이었습니다. 이 발명 덕분에 하프는 궁정의 장식적인 악기를 넘어 오케스트라와 실내악에서도 중요한 표현 악기로 자리 잡았습니다. 빛을 반사하듯 반짝이는 음색과 손끝으로 현을 뜯을 때의 미세한 떨림은 낭만주의 음악의 섬세한 감성과 잘 어울렸습니다.

 




4. 주요 작곡가와 작품

👤 프란츠 슈베르트 (Franz Schubert, 1797~1828)

“시와 음악의 경계를 허물며, 가곡의 새로운 세계를 연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 (Franz Schubert, 1797~1828)


국적: 오스트리아
활동: 빈 중심의 작곡가, 사후에 재평가된 낭만주의의 선구자
주요 장르: 예술가곡(Lied), 교향곡, 실내악, 피아노 소품
업적: 슈베르트는 인간의 감정을 시와 선율로 이어 준 작곡가였습니다. 생전에 큰 명성을 얻지 못했지만, 600곡이 넘는 가곡과 교향곡, 피아노 소품을 남기며 낭만주의 음악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한 편의 시 속에 담긴 정서를 음악으로 옮기고, 가사와 반주가 대화하듯 어우러지는 새로운 예술가곡의 형태를 만들어 냈습니다.

🎵 Schubert – 『Die Forelle, D.550』 (송어)

(바리톤: Aksel Rykkvin / 피아노: Piers Lane / YouTube Aksel Rykkvin 채널 제공)
맑은 시냇물에서 반짝이며 헤엄치는 송어를 그린 예술가곡. 피아노는 물결의 반짝임을, 목소리는 송어의 생동감을 전합니다. 마지막 절의 단조 전환은 낚시꾼에게 잡히는 장면을 암시하며 감정의 흐름을 세밀하게 표현합니다.

🎵 Schubert – 『String Quintet in C major, D.956』(II.Adagio) (현악 5중주 C장조 2악장)

(연주: Camerata Quartet / YouTube Camerata Quartet 채널 제공)
고요한 시작에서 점차 고조되는 선율이 삶과 죽음, 빛과 어둠을 오가는 듯한 깊은 정서를 전합니다. 슈베르트의 내면세계를 가장 성숙하게 보여주는 실내악 걸작입니다.

 

 

 

👤 펠릭스 멘델스존 (Felix Mendelssohn, 1809~1847)

“낭만 속의 고전주의자, 음악회 문화를 세운 지휘자이자 교양인의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 (Felix Mendelssohn, 1809~1847)


국적: 독일
활동: 작곡가, 지휘자, 피아니스트, 음악행정가
주요 장르: 교향곡, 협주곡, 서곡, 실내악, 합창음악
업적: 부유한 유대계 가정에서 자란 멘델스존은 문학과 철학, 미술에도 조예가 깊은 전형적 교양인이었습니다. 그는 17세에 이미 『한여름밤의 꿈』 서곡을 완성해 천재 소년으로 불렸고, 1829년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부활시켜 ‘바흐 르네상스’를 이끌었습니다. 그의 음악은 감정적 과잉보다 맑은 서정과 질서를 중시하며, 낭만주의 속에서도 고전주의적 품격을 잃지 않았습니다.

🎵 Mendelssohn – 『A Midsummer Night’s Dream, Op.61: Wedding March』 (한여름밤의 꿈 – 결혼행진곡)

(지휘: Claudio Abbado / 연주: Berliner Philharmoniker / YouTube Berliner Philharmoniker 채널 제공)
1858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딸 결혼식에서 퇴장곡으로 연주된 뒤 전 세계 결혼식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고전적 구조 속에서도 밝고 경쾌한 낭만주의의 색채가 느껴집니다.

 

 

🎵 Mendelssohn – 『Lieder ohne Worte, Op.19 No.1 “Sweet Remembrance”, No.3  “Jägerlied” 』 (멘델스존 – 『무언가』 작품 19-1 “달콤한 추억”, 19-3 “ 사냥꾼의 노래 ”)

(피아노: 박진형 / YouTube Felix Mendelssohn Bartholdy Hochschulwettbewerb 채널 제공)
짧고 섬세한 선율 속에 멘델스존의 서정성과 절제가 함께 담긴 작품입니다. 말이 없어도 음악이 스스로 노래하는 듯한 이 곡들은, 낭만주의 피아노 소품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피아니스트 박진형이 2022년 멘델스존 바르톨디 콩쿠르 수상자 콘서트에서 연주한 실황입니다.

 



👤 프레데리크 쇼팽 (Frédéric Chopin, 1810~1849)

“피아노로 인간의 감정을 그린 시인”

프레데리크 쇼팽 (Frédéric Chopin, 1810~1849)

 

국적: 폴란드
활동: 작곡가, 피아니스트 (파리 중심의 활동)
주요 장르: 피아노 독주곡, 협주곡, 왈츠, 마주르카, 폴로네이즈, 발라드, 녹턴
업적: 쇼팽은 피아노를 통해 가장 개인적이고 섬세한 감정의 세계를 펼친 작곡가였습니다. 폴란드 민족의 리듬과 유럽적 세련미를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냈습니다. 그의 음악은 단순히 기교가 아니라 감정의 말투였고, “건반 위의 시”로 불릴 만큼 서정적이면서도 내면이 깊었습니다.

🎵 Chopin – Fantaisie-Impromptu in C-sharp minor, Op. posth. 66 (쇼팽 – 즉흥환상곡 올림다단조)
(피아노: Dmitry Shishkin / YouTube Chopin Institute 채널 제공)
→ 쇼팽이 생전에 출판하지 않았던 작품이지만, 사후 공개되며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명곡이 되었습니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격정적인 전개와, 한가운데서 흐르는 서정적인 선율이 극적인 대비를 이룹니다.

🎵 Chopin – 『Étude Op.10 No.3 “Tristesse”』 (에튀드 작품 10-3 “이별의 곡”)
(피아노: Evgeny Kissin / YouTube Francois Music 채널 제공)
기교 연습곡이면서 동시에 서정시 같은 작품. 단순한 선율 속에 그리움과 회한이 녹아 있습니다.



👤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

“문학과 음악을 하나로 엮어낸 낭만주의의 시인”

 

국가: 독일
활동: 작곡가, 음악평론가, 지휘자
주요 장르: 피아노 소품, 예술가곡(Lied),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

 

전기 낭만주의 – 피아노와 시의 언어로 감정을 노래하다
젊은 시절의 슈만은 문학과 음악의 세계를 긴밀하게 잇는 데 몰두했습니다.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은 손 부상으로 접어야 했지만, 그 경험은 오히려 그를 작곡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는 짧은 피아노 소품 속에 내면의 정서와 상상을 세밀하게 담으며, 시적인 구조를 완성했습니다.

이 시기의 대표작인 『다비드 동맹 무곡집』, 『어린이 정경』, 『시인의 사랑』은 모두 문학적 영감을 바탕으로 쓰인 작품들입니다. 각각의 곡은 한 편의 시처럼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슈만에게 사랑은 예술의 원천이었습니다. 천재 피아니스트 클라라 비크와의 관계는 그의 창작에 깊은 영감을 주었고, 그녀를 향한 마음은 수많은 피아노곡 속에 녹아 있습니다. 그의 음악은 격정보다는 사려 깊은 정서의 흐름으로, 낭만주의 초기를 대표하는 내면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 Schumann – 『Kinderszenen, Op.15 No.1 “Von fremden Ländern und Menschen”』 (슈만 – 『어린이 정경』 중 ‘낯선 나라와 사람들’)

(피아노: Martha Argerich / YouTube Berliner Philharmoniker 채널 제공)
이 곡은 어린이의 상상 속 여행을 그리듯 부드럽고 맑은 선율로 시작하며, 『어린이 정경』 전체의 문을 여는 서정적인 첫 곡입니다.

🎵 Schumann – 『Dichterliebe, Op.48』 (슈만 – 『시인의 사랑 Op.48 』전곡 )

(테너: Ilker Arcayürek / 피아노: Daniel Heide / YouTube Südtirol in concert 채널 제공)
봄의 설렘이 노래와 피아노의 대화 속에서 잔잔히 피어나는 작품입니다.


중기 낭만주의 – 교향적 낭만의 확장
결혼 이후 슈만은 피아노와 가곡의 세계를 넘어 교향곡과 협주곡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교향곡 1번 “봄”』은 새 계절의 희망과 활력을 담았고, 『교향곡 3번 “라인”』은 장엄한 강의 흐름을 음악으로 형상화했습니다. 『피아노 협주곡 A단조』는 클라라에게 헌정된 작품으로, 낭만주의 협주곡의 새로운 모델이 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슈만은 작곡가뿐 아니라 평론가로서도 왕성히 활동했습니다. 《신음악잡지》를 창간해 젊은 음악가들을 소개했고, 특히 요하네스 브람스를 세상에 알린 장본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말년으로 갈수록 정신적 불안이 심해져 점차 작곡 활동을 이어가지 못했고, 1856년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음악은 지금도 인간적 따뜻함과 진심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 Schumann – 『Piano Concerto in A minor, Op.54』 (피아노 협주곡 A단조, 작품 54)

(피아노: 임윤찬 / 지휘: Riccardo Frizza / 연주: Hungarian Radio Symphony Orchestra / YouTube 하온뮤 채널 제공)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시적인 대화를 나누듯 어우러집니다. 슈만의 내면적 서정성과 클라라에 대한 사랑이 가장 완벽하게 녹아 있는 작품입니다.

🎵 Schumann – 『Symphony No.1 in B-flat major “Spring”』 (교향곡 1번 “봄”)

(지휘: Ryan Bancroft / 연주: Tapiola Sinfonietta / YouTube Tapiola Sinfonietta 채널 제공)
봄이 오는 희망과 활력을 힘차게 표현한 교향곡. 첫 악장의 팡파르부터 새 생명의 기운이 넘쳐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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