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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시대를 걷다

서양음악사 ⑧ 후기 낭만주의 시대(1860~1910년대) 상편 | 오케스트라의 확장과 음향적 완결

by sorinamu 2025.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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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의 유럽은 산업의 성장과 도시의 확대 속에서 음악 문화가 빠르게 변화하던 시기였습니다. 기차와 인쇄 기술 덕분에 음악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고, 대형 공연장이 등장하며 오케스트라는 이전보다 훨씬 큰 규모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 변화 속에서 작곡가들은 인간의 삶과 생각을 음악으로 표현하려 했고, 그 결과 후기 낭만주의 특유의 깊고 넓은 음향이 완성되었습니다.

이 시기 음악은 단순한 감정의 흐름을 넘어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지는 구조를 지향했습니다. 여러 악기가 층을 이루며 하나의 큰 장면을 만들었고, 오케스트라는 그 자체로 거대한 음향의 세계를 형성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표준 오케스트라의 편성은 바로 이 시기에 자리 잡았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성장과 변화

대형 공연장의 등장으로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악기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났습니다. 현악기군은 더 많은 인원으로 두꺼운 울림을 만들었고,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는 구조적 개량으로 음역과 음색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타악기는 장면의 분위기와 긴장감을 조절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으며, 건반악기와 하프도 독자적인 색채를 더했습니다.

악기군이 확장되면서 지휘자의 역할도 분명해졌습니다. 수십 명에서 백 명이 넘는 인원이 한 편의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통일된 방향이 필요했고, 지휘는 작품 전체의 구조를 조율하는 중요한 기능이 되었습니다.

🖼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오케스트라 배치

이 시기의 오케스트라는 오늘날의 배치와 거의 동일한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 제1·제2바이올린이 좌우로 나뉘어 선율과 대화를 주고받고
– 목관악기가 중앙에서 균형을 이루며
– 금관악기와 타악기는 후면에서 전체 음향의 깊이를 만들어줍니다.

 

후기 낭만주의 시대에 완성된 현대 오케스트라 배치도


이 구성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현대 오케스트라 좌석 배치의 기본형이 되었고, 각 악기가 맡는 역할 역시 이 시기에 정착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 안내
본문에 사용된 모든 악기 이미지는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 또는 박물관·도서관의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자료를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 현악기군
바이올린 (Violin) – 19세기 후반 이탈리아 나폴리(Naples, Italy)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소장. (Object No. 1982.388.1)
비올라 (Viola) – 1884년 미국 올버니(Albany, New York)에서 John C. Harris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06.185a,b)
첼로 (Cello) – 19세기 중반 프랑스 파리(Paris, France)에서 Jean Baptiste Vuillaume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1984.114.1)
더블베이스 (Double Bass) – 오케스트라용 시각 자료. ChatGPT(OpenAI) 이미지 생성 도구로 제작.

🎶 목관악기군
플루트 (Flute) – 1867~1869년 미국 뉴욕(New York, U.S.)에서 Charles Monzani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2013.1106a–f)
오보에 (Oboe) – 1860~1890년 미국 뉴욕에서 Theodore Berteling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1976.7.10a,b)
클라리넷 (Clarinet) – 1860~1865년 프랑스에서 Buffet, Crampon & Cie.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2021.436)
바순 (Bassoon) – 1881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Giosue Esposito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2003.150a–g)

피콜로 (Piccolo) – 1895년 미국 뉴욕에서 Theodore Berteling 후계자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1983.267)
잉글리시 호른 (English Horn) – 1860~1870년 오스트리아 빈(Vienna)에서 Johann Tobias Uhlmann 후계자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1998.419)
베이스 클라리넷 (Bass Clarinet) – 19세기 중엽 이탈리아에서 Giacinto Riva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89.4.3124)
콘트라바순 (Contrabassoon) – 1900년경 프랑스 파리에서 Martin frères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89.4.3126)

🎺 금관악기군
밸브 트럼펫 (Valve Trumpet in F) – 1881~1885년 프랑스 파리에서 Courtois & Mille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2001.187a–i)
더블 호른 (Double Horn in F/B♭) – 1904~1919년 독일 에어푸르트(Erfurt)에서 Eduard Kruspe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2002.324a,b)
트롬본 (Trombone) – 1954년 미국에서 Davis Shuman 디자인.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2021.346.2a–c)
튜바 (Tuba) – 1855년 독일 베를린에서 C.W. Moritz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2014.18)

밸브드 오피클레이드 (Valved Ophicleide, Bombardon in B♭) – 1855~1860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Franz Leibelt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89.4.2460)

코넷 (Cornet à Pistons in B♭) – 1833년 프랑스 파리에서 Courtois frères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2002.190a–n)
베이스 트럼펫 (Bass Trumpet) – 19세기 후반 독일 제작. 베를린 악기박물관(Musikinstrumenten-Museum Berlin) 소장. (Object No. 1108371)
베이스 트롬본 (Bass/Contrabass Valve Trombone) – 1900년경 오스트리아 Graslitz에서 Wenzel Stowasser’s Sons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1997.32)
유포니움 (Euphonium) – 1891년 영국 런던에서 Besson 제작. 에든버러 대학교 악기박물관 소장. (Object No. MIMEd 3415)

🥁 타악기군
팀파니 (Timpani) – 2005년 영국 런던에서 Flamurai 촬영. Wikimedia Commons 제공. (CC BY-SA 3.0)
글로켄슈필 (Glockenspiel) – 1910년경 독일 라이프치히 제작. 라이프치히 대학교 악기박물관 소장.
트라이앵글 (Triangle) – 19세기 초 독일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89.4.993)
탬버린 (Tambourine) – 19세기 미국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2024.607.6)
큰북 (Bass Drum) – 1860~1880년 미국 뉴욕에서 John G. Pike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89.4.2523)

🎹 건반악기·하프
피아노 (Grand Piano) – 1893년 독일 베를린에서 Carl Bechstein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1993.292)
하프 (Pedal Harp) – 1890년대 미국 시카고에서 Lyon & Healy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2001.171)
첼레스타 (Celesta) – 1886년 이후 프랑스 파리에서 Victor & Auguste Mustel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44.59a,b)
하모늄 (Harmonium) – Paris, France, Victor Mustel 제작. 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Object No. 44.59a,b)
오르간 (Organ, Silbermann) – 1721년 Gottfried Silbermann 제작. 독일 Rötha의 Georgenkirche 설치. Wikimedia Commons 제공. (CC BY-SA 4.0)



 

(1) 현악기군 – 후기 낭만주의 오케스트라의 중심

현악기는 이 시대에도 오케스트라의 중심을 이루었습니다. 줄을 활로 긋거나 뜯어 울리는 소리는 인간의 목소리에 가장 가깝게 느껴졌고, 규모가 커진 오케스트라에서도 감정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었습니다.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현악기군 - 바이올린(Violin), 비올라,(Viola) 첼로(Violoncello), 더블 베이스(Double Bass)

 

◈ 바이올린 (Violin)
맑고 선명한 음색으로 전체 선율을 주도하는 악기입니다. 후기 낭만주의에는 제1·제2바이올린이 서로 다른 선율을 담당하며 음향의 층을 만들어냈습니다. 많은 연주자가 함께 움직일 때 생기는 부드러운 파도 같은 울림이 이 시대 음악의 특징을 형성했습니다.

◈ 비올라 (Viola)
바이올린보다 조금 낮은 음역에서 따뜻하고 너른 음색을 냅니다. 선율과 반주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곡의 내부 색채를 부드럽게 조정해주는 악기였습니다.

◈ 첼로 (Violoncello)
사람의 목소리에 가까운 깊은 울림을 가진 악기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음색 덕분에, 내면적인 감정이나 고요한 사색을 표현할 때 자주 중심이 되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흐름을 아래에서 떠받치면서도 필요할 때는 선율을 넓게 펼칠 수 있었습니다.

◈ 더블베이스 (Double Bass)
오케스트라 전체의 기반을 만드는 악기입니다. 묵직하고 어두운 음이 하부를 안정시키며, 큰 편성을 적용하는 후기 낭만주의에서는 이 악기의 존재감이 한층 더 중요해졌습니다. 전체 음향을 무게감 있게 지탱해주는 근육과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2) 목관악기군 – 음색의 폭이 넓어진 시대

목관악기군은 후기 낭만주의에 들어서며 음역과 색채가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네 가지 대표 악기가 중심을 이루지만, 높고 낮은 음을 보충하는 확장 악기가 함께 배치되면서 세밀한 색감 조절이 가능해졌습니다.

기본 악기군

후기 낭만주의 시대 목관악기 - 기본악기군 - 플루트(Flute), 오보에(Oboe), 클라리넷(Clarinet), 바순(Bassoon)

 

◈ 플루트 (Flute)
가벼운 바람처럼 맑고 투명한 소리를 냅니다. 높은 음역에서 선율의 끝을 밝혀주는 느낌으로 사용되며, 빠른 음형이나 빛을 그리는 순간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 오보에 (Oboe)
약간 쓸쓸하면서도 인간적인 음색을 가진 악기입니다. 울림이 가늘고 섬세하여, 서정적인 장면이나 감정을 담담하게 드러낼 때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 클라리넷 (Clarinet)
부드러우면서도 명료한 소리를 내며, 넓은 음역을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목관 사이를 잇는 중심 음색으로서 편성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이 컸습니다.

◈ 바순 (Bassoon)
낮고 깊은 음을 내며, 종종 따뜻하거나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기본적인 화성의 바닥을 만들면서도 색채적 가능성이 넓은 악기였습니다.

확장 악기군

후기 낭만주의 시대 목관악기 - 확장악기군 - 피콜로(Piccolo), 잉글리시 호른(English Horn), 베이스 클라리넷(Bass Clarinet), 콘트라바순(Contrabassoon)

 

◈ 피콜로 (Piccolo)
플루트보다 한 옥타브 높은 음역을 냅니다. 후기 낭만주의의 넓은 음향 속에서, 가장 위쪽의 빛나는 선을 그려 주며 강한 음향에서도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고음의 번짐·새소리·날카로운 강조 효과가 필요할 때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 잉글리시 호른 (English Horn)
오보에보다 완전5도 낮은 음역에서 울리는 악기입니다. 부드럽고 아련한 느낌을 가진 음색 덕분에, 그리움이나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자주 쓰였습니다.

◈ 베이스 클라리넷 (Bass Clarinet)
클라리넷보다 거의 한 옥타브 가까이 낮은 음역까지 내려갑니다. 목관 중 가장 안정된 저음을 만들 수 있고, 어두운 색채·음영·무게감을 표현하는 데 탁월합니다. 후기 낭만주의에서 저음 목관의 핵심 악기로 자리 잡았습니다.

◈ 콘트라바순 (Contrabassoon)
바순보다 한 옥타브 낮은 최저음을 담당합니다. 오케스트라 전체의 가장 아래층을 만들어 주며, 넓은 음향 속에서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중요한 악기입니다. 깊은 저음이나 장대한 장면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3) 금관악기군 – 힘과 웅장함을 이끄는 울림

금관악기는 후기 낭만주의에 들어서며 밸브 구조가 안정되었고, 음역과 기교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강한 울림만이 아니라 넓고 부드러운 소리까지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오케스트라의 역동성을 높이는 중심 축이 되었습니다.

기본 악기군

후기 낭만주의 시대 금관악기 - 기본악기군 - 트럼펫(Trumpet), 호른(Horn, French Horn), 트롬본(Trombone), 튜바(Tuba)

 

◈ 트럼펫 (Trumpet)
밝고 직선적인 울림으로 극적인 장면을 이끕니다. 신호처럼 분명한 음색은 넓은 공간에서도 또렷하게 퍼져, 음악의 방향성을 정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 호른 (Horn, French Horn)
둥글고 포근한 울림을 가진 악기입니다. 자연의 기운이나 넓은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음색 덕분에, 선율에서는 고요함을, 화성에서는 넓은 바탕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 트롬본 (Trombone)
넓고 무게감 있는 울림을 냅니다. 서서히 다가오는 긴장감이나 장중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데 효과적이었고, 여러 대가 함께 울릴 때 울림의 폭이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 튜바 (Tuba)
금관악기 중 가장 낮은 음역을 담당합니다. 깊고 둥근 하부 울림으로 전체 저음을 정리하며, 오케스트라의 구조를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기둥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과도기 악기

 

◈ 오피클레이드(Valved Ophicleide)
세르펜트에서 발전한 낮은 금관악기로, 튜바가 자리 잡기 전까지 저음을 담당했습니다. 둥글고 어두운 울림이 특징이며, 후기 낭만주의의 큰 편성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점차 튜바로 자리를 넘어주었습니다.

 

확장 악기군

후기 낭만주의 시대 금관악기 - 확장악기군 - 코넷(Cornet), 베이스 트럼펫(Bass Trumpet), 베이스 트롬본(Bass Trombone), 유포니움(Euphonium)

◈ 코넷
트럼펫과 비슷한 구조지만, 더 짧은 관작은 마우스피스 때문에 음색이 부드럽고 둥글게 울립니다. 음역 자체는 트럼펫과 거의 동일하지만, 소리의 성질이 더 온화해 서정적인 선율을 표현하는 데 적합했습니다. 후기 낭만주의에서 일부 작품에 등장했으나, 군악대·금관밴드 중심 악기로 정착하면서 현대의 표준 오케스트라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 베이스 트럼펫
트럼펫보다 한 옥타브 낮은 음역을 담당합니다. 음색은 트롬본보다 밝고, 트럼펫보다 묵직한 독특한 성질을 지녔습니다. 바그너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처럼 강렬한 색채 대비가 필요한 작곡가들이 특수 편성으로 사용했으며, 일반 오케스트라의 기본 편성에는 포함되지 않는 특수 금관악기로 남아 있습니다.

◈ 베이스 트롬본
기본 트롬본보다 더 낮은 음역대를 안정적으로 낼 수 있으며, 넓은 관경과 큰 벨을 통해 깊고 무게감 있는 저음을 형성합니다. 후기 낭만주의의 두꺼운 금관 음향 속에서 저음층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았고, 현대 오케스트라에서도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표준 저음 금관악기로 자리 잡았습니다.

◈ 유포니움
튜바보다 약간 높은 저음역을 담당하며, 금관악기 중에서도 드물게 매우 부드럽고 둥근 울림을 냅니다. 후기 낭만주의의 극히 대규모 편성에서 한시적으로 등장했으나, 그 특유의 음색은 군악대·브라스밴드에서 더 효과적으로 쓰였습니다. 따라서 현대 오케스트라의 표준 편성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4) 타악기군 – 장면의 성격을 결정하는 소리

타악기는 소리의 질감만으로 장면의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반짝이는 금속성 음향부터 깊은 북소리까지, 감정의 크기와 방향을 분명하게 드러냈습니다.

후기 낭만주의 시대 타악기군 - 팀파니(Timpani), 글로켄슈필(Glockenspiel), 트라이앵글(Triangle), 탬버린(Tambourine), 큰 북(Bass Drum)



◈ 팀파니 (Timpani)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팀파니는 음정을 조절할 수 있는 페달 메커니즘이 안정되면서, 단순한 리듬 악기를 넘어 음악적 구조를 조율하는 악기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음에서 울리는 둥근 공명은 넓은 공연장에서도 명확하게 전달되었고, 작품의 시작과 전환, 클라이맥스에서 긴장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작곡가들은 팀파니를 오케스트라의 저음을 단단히 받치는 축으로 사용했으며, 때로는 선율과 화성의 일부를 맡기는 등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후기 낭만주의의 확장된 음향 속에서 팀파니는 장면의 무게와 기대감을 드러내는 핵심 악기로 기능했습니다.

🎵 Richard Strauss – 『Also sprach Zarathustra』(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지휘: Andrés Orozco-Estrada / 연주: Frankfurt Radio Symphony / YouTube hr-Sinfonieorchester – Frankfurt Radio Symphony 채널 제공)

→ 팀파니가 낮은 음으로 공간의 바닥을 넓히며, 점차 커지는 음향이 장면의 시작을 설정합니다. 후기 낭만주의에서 타악기가 어떤 방식으로 긴장을 형성하는지 명확하게 들립니다.

 

 

◈ 글로켄슈필 (Glockenspiel)
작은 금속 막대를 두드려 맑은 종소리 같은 음을 냅니다. 빛이 번쩍이는 순간이나 환상적인 분위기를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 Harold Arlen – 『Somewhere Over the Rainbow』 – Glockenspiel Solo  (해럴드 알렌 –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 글로켄슈필 솔로)

(연주: MUSTICK 音樂棒 / YouTube MUSTICK 音樂棒 채널 제공)
→ 글로켄슈필의 맑고 반짝이는 금속 울림이 투명하게 퍼집니다. 짧고 선명한 음색이 어떻게 장면의 빛과 분위기를 형성하는지 느끼기 좋습니다.

 

◈ 트라이앵글 (Triangle)

짧고 밝은 금속성 울림으로, 음악의 작은 강조나 순간적인 빛을 만들어 냅니다.

◈ 탬버린 (Tambourine)

나무틀과 금속 징이 어우러진 악기로, 손으로 치거나 흔들 때 리듬에 생명력을 더합니다.

◈ 큰북 (Bass Drum)

깊고 묵직한 소리를 냅니다. 폭풍처럼 밀려오는 장면이나 크게 확장되는 공간감을 묘사할 때 효과적입니다.

 

작은북 (Snare Drum)
또렷한 타격음으로 긴장을 강조하거나 특정 리듬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색채적 대비를 만드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심벌즈 (Cymbals)
강렬한 순간을 강조하는데 자주 사용되었고, 후기 낭만주의의 장면적·극적 성격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5) 건반악기·하프 – 색채를 더하는 특별한 음향

건반악기와 하프는 음향의 결을 바꾸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대부분의 악기가 관·현으로 이루어졌던 편성 속에서, 이 두 범주의 악기는 섬세한 색채를 더하는 존재였습니다.

◈ 피아노 (Piano)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건반악기 - 피아노(Piano). 88건반 체계가 정착된 오늘날과 같은 모습.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피아노는 구조적 개선을 통해 한층 넓은 음역과 강한 울림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금속 프레임이 강화되고 현의 장력이 커지면서, 이전보다 더 깊고 지속적인 음을 낼 수 있었고 건반 수 역시 지금과 같은 88건반 체계로 정착했습니다.

 

이 변화 덕분에 피아노는 매우 여린 소리(p)부터 강한 소리(f)까지 폭넓게 표현할 수 있었으며, 한 대만으로도 훨씬 풍성한 음향을 만들 수 있는 악기가 되었습니다. 후기 낭만주의의 작곡가들은 이러한 확장된 가능성을 활용해 더 넓고 서정적인 세계를 피아노 음악 안에 담아냈습니다.



◈ 하프 (Harp)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현악기 - 하프 (Harp). 더블 액션 페달이 있어서 모든 조성의 연주를 할 수 있고, 피아노와 음역이 완전히 똑같다.


더블 액션 페달 하프는 이미 19세기 초에 완성된 구조를 갖추었지만, 후기 낭만주의에 들어서면서 그 쓰임새가 크게 넓어졌습니다. 깊고 부드러운 울림이 넓은 음향 속에서 자연스럽게 섞여, 장면 전환이나 빛의 번짐 같은 섬세한 효과를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 시기에는 하프 두 대가 함께 연주되는 편성도 흔해지며, 오케스트라의 색채를 확장하는 핵심 악기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하프는 피아노와 음역이 완전히 동일한 악기이기 때문에, 특정 곡에서는 피아노 파트를 하프로 그대로 연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넓은 음역과 특유의 잔향은 후기 낭만주의의 두꺼운 음향 속에서 선율과 배경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다양한 장면을 세밀하게 채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 Claude Debussy – 『Deux Arabesques』 (Harp)  (클로드 드뷔시 – 『두 개의 아라베스크』, 하프 연주)

(연주: Héloïse de Jenlis / YouTube LUNERIS 채널 제공)

→ 하프의 부드럽고 투명한 울림이 선율의 흐름을 섬세하게 따라갑니다. 물결처럼 번지는 음색이 후기 낭만주의 이후 등장한 색채적 음향의 방향을 잘 보여줍니다.

 

◈ 첼레스타 (Celesta)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건반악기 - 첼레스타 (Celesta). 작은 금속판을 두드려 종처럼 맑은 소리를 낸다.


작은 금속판을 두드려 종처럼 맑은 소리를 냅니다. 차갑지만 투명한 소리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후기 낭만주의의 색채적 음향을 대표했습니다.

🎵 Pyotr Tchaikovsky – 『The Nutcracker – Dance of the Sugar Plum Fairy』(표트르 차이콥스키 – 『호두까기 인형 – 별사탕 요정의 춤』)

(무용: 국립발레단 / 마리 역: 박예은 / YouTube Ballet Log 채널 제공)
→ 첼레스타의 가벼운 금속 울림이 맑고 차가운 반짝임을 만들며 장면을 이끕니다. 후기 낭만주의 오케스트라에서 새로운 음색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명확히 들립니다.

 

◈ 하모늄 (Harmonium)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건반악기 - 하모늄 (Harmonium). 우리나라에서는 '풍금'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악기이다.


하모늄(Harmonium)은 우리나라에서 ‘풍금’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리드 건반악기입니다. 발이나 손으로 공기를 보내 금속 리드를 울려 소리를 내며, 작은 오르간처럼 따뜻하고 약간 떨리는 음색을 들려줍니다. 후기 낭만주의 시대에는 교회, 살롱, 소규모 공연장에서 자주 사용되었고, 피아노보다 부드러운 숨결을 지닌 반주 악기로 사랑받았습니다.

🎵 Camille Saint-Saëns – 『Six Duos, Op.8』(카미유 생상스 – 『여섯 개의 2중주, 작품 8』)

(연주: Scott Brothers Duo (Jonathan & Tom Scott) / YouTube scottbrothersduo 채널 제공)
→ 하모늄의 따뜻한 숨결과 피아노의 맑은 음색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공기를 불어넣어 울리는 리드 특유의 질감이 후기 낭만주의 실내악에서 어떤 공간감을 만드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두 악기는 모두 후기 낭만주의 시기에 제작된 악기입니다. 하모늄은 1878년 파리에서 빅토르 뮈스텔(Victor Mustel)이 제작한 악기(No. 287)이며, 피아노는 1902년 베를린에서 제작된 C. 베히슈타인(C. Bechstein) 모델입니다.)

 

◈ 오르간 (Organ)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건반악기 - 파이프 오르간 (Pipe Organ). 바로크 시대에 제작된 실베르만 오르간.


수많은 파이프에서 울리는 음색이 큰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교회를 넘어 대규모 홀에도 등장하며 장엄한 음향을 더했습니다.


 

 

맺음말

후기 낭만주의의 오케스트라는 단순히 악기의 수가 늘어난 편성이 아니라, 소리를 다루는 방식이 성숙해진 결과였습니다. 각 악기는 고유한 자리를 찾았고, 전체 음향은 하나의 큰 흐름 속에서 움직였습니다. 오늘날 공연장에서 들을 수 있는 익숙한 오케스트라의 모습은 이 시기에 정착한 형태를 바탕으로 합니다. 당시 작곡가들이 추구한 넓은 음향과 구조적 깊이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고, 그 속에서 오케스트라는 한 시대의 표현을 넘어 독립적인 음악적 세계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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