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32 서양 음악사 ② 중세 시대 (500~1400년) | 성가에서 다성으로, 음악의 기초가 세워진 시기 서양 음악사의 첫 장을 열어주는 중세는 단순한 성가에서 출발하여, 기보법으로 소리를 기록하고, 다성음악으로 확장하면서 이후 모든 음악의 토대를 마련한 시기였습니다. 기독교 신앙의 중심에서 음악은 예배의 언어가 되었고, 교회의 권위 아래 질서를 갖추며 보편적 양식으로 발전했습니다. 한편, 교회 밖에서는 사랑과 기사 문화를 노래한 세속 노래가 피어났고, 후기에는 새로운 기보법과 리듬이 정교해지면서 다성 미사의 기틀이 마련되었습니다. 중세는 음악이 “흘러가는 소리”에서 “역사와 기록으로 남는 예술”이 된 출발점이었습니다. 1. 성가와 교회의 음악중세 음악의 출발점은 교회의 예배에서 울려 퍼진 그레고리오 성가였습니다. 이 성가는 단선율로 이루어졌습니다. 즉, 여러 사람이 함께 불러도 오직 하나의 선율만 .. 2025. 8. 22. 서양 음악사 ① 고대 그리스·로마 (기원전 6세기~기원후 4세기) | 수와 조화, 철학과 삶 속에 깃든 음악 서양 음악사의 첫 장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시작됩니다. 이 시기에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음악 작품이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음악을 둘러싼 철학적 사유와 악기 문화, 그리고 몇몇 귀중한 단편 악보가 전해집니다. 음악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교육과 윤리, 우주의 질서를 상징한다고 믿었던 세계 속에서, 서양 음악의 사상적 토대가 다져졌습니다. 1. 고대 그리스의 음악과 철학그리스 철학자들은 음악을 수학과 밀접하게 연결했습니다. 피타고라스(기원전 570?~495?)는 현의 길이와 음정의 비율을 연구하여, 음이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수적 조화라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사고는 “음악은 우주의 질서를 반영한다”는 관념으로 이어졌습니다. 플라톤(기원전 427~347)은 『국가』에서 음악을 인간의 성격.. 2025. 8. 21. 구스타프 말러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Kindertotenlieder』 | 상실과 회한의 연가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Kindertotenlieder』는 구스타프 말러가 1901~1904년 사이에 작곡한 연가곡집으로, 프리드리히 뤼케르트(Friedrich Rückert)의 시 5편을 텍스트로 삼았습니다. 시인은 실제로 두 아이를 병으로 잃은 경험이 있었고, 말러는 이 비극적 시편을 음악으로 옮겼습니다. 당시 말러는 결혼과 행복한 가정생활을 시작했지만, 곡을 완성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첫째 딸이 세상을 떠나는 일을 겪으며 작품은 더욱 섬뜩한 예언처럼 남게 되었습니다.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 “대규모 교향곡과 심오한 가곡으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 국적: 오스트리아(보헤미아 출신) 활동: 19세기 말~20세기 초, 빈·뉴욕 등.. 2025. 8. 15.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Pathétique』 Op.74 | 마지막 고백의 형식 교향곡 6번 『비창 Pathétique 』은 차이코프스키의 마지막 교향곡이자, 그의 생애를 관통하는 정서가 가장 응축된 작품입니다. 1893년 10월 28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된 지 불과 9일 뒤, 작곡가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짧은 시간은 이 곡을 단순한 음악적 완성도를 넘어, 한 인간의 고백과도 같은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교향곡의 전통적 형식을 따르지만, 전개 방식과 정서의 깊이는 기존의 틀을 넘어섭니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극적인 감정과 서정의 균형을 이루어 낸 러시아 낭만주의의 대표자” 국적: 러시아활동: 19세기 후반, 러시아와 유럽 주요 도시에서 작곡 및 지휘주요 장르: 교향곡, 발레음악, 협주곡.. 2025. 8. 14. 차이코프스키 『사계 The Seasons』 Op. 37a | 한 해를 열두 편지로 수놓은 피아노 서정시 1년 열두 달, 각 달을 상징하는 짧은 피아노 소품들로 이루어진 『사계』(The Seasons, Op. 37a)는 차이코프스키가 1876년에 잡지 연재용으로 작곡한 곡집입니다. 대규모 작품이 아니지만, 곡마다 담긴 감정과 풍경은 단순한 일상 너머의 정서를 포착하며 지금까지도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즐겨 연주하는 소품집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곡은 러시아의 시인들이 각 달마다 붙인 시구와 함께 출판되었고, 단순한 묘사 음악을 넘어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서정성과 낭만적 감수성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습니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 (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서정성과 극적 감정의 교차점에 선 러시아 낭만주의의 대표 작곡가" 국적: 러시아활동: 19세기 후반, 러시아와 .. 2025. 8. 8. 로베르트 슈만, 『어린이 정경 Kinderszenen』 Op.15 | 기억 속의 어린 시절을 향한 조용한 회상 《어린이 정경 Kinderszenen 》 Op.15슈만의 가곡이 문학적 구조와 내면의 감정을 세밀하게 직조한 음악이라면, 《어린이 정경 Kinderszenen 》은 그보다 한결 정제된 언어로 쓰인 회상의 산문처럼 들립니다. ‘아이를 위한 곡’이라기보다,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어른을 위한 곡’에 가깝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소품집을 넘어서는 울림을 갖습니다. 작곡 시기와 배경 – 1840년대의 전환기《어린이 정경》은 1838년에 작곡된 작품으로, 클라라와의 결혼 이전 시기이자, 연가곡집을 본격적으로 쓰기 직전의 시기에 해당합니다. 당시 슈만은 클라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쓰는 곡들을 완성했다”는 언급을 남기고 있으며, 초기 제목은 ‘어린이의 삶에서(Leichte Stücke .. 2025. 8. 2. 로베르트 슈만의 가곡에 대하여 | 시와 음악 사이의 내밀한 대화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는 시에 곡을 붙이는 가곡이라는 장르가 널리 퍼졌습니다. 당시 작곡가들은 시의 내용을 음악으로 표현하려 했으며, 그중 로베르트 슈만은 시에 담긴 감정의 흐름을 세심하게 읽어내는 작곡가였습니다. 그는 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시의 구조와 정서를 바탕으로 새롭게 음악을 창조했습니다. 덕분에 그의 가곡은 시와 음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도 각각의 흐름을 독립적으로 유지하는 독특한 특징을 지닙니다. 서양 가곡은 언어와 음악이 긴밀히 맞물려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장르입니다. 직설적이고 일정한 정서 표현에 집중한 우리나라 가곡과는 달리, 서양 가곡은 시의 의미와 음악적 구조가 치밀하게 결합되어 반주와 선율이 서로 대화하듯 조화를 이룹니다. 이처럼 슈만의 가곡은 ‘시’라는 문학적인.. 2025. 7. 26. 이전 1 2 3 4 5 다음 반응형